[연재기획] 서울대 대학원, 이대로는 안 된다 ③

연재순서
①학업과 학비,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학원생
②대학원생이 본 '연구중심 서울대'의 맨얼굴
③몸도 마음도, 대학원생 건강상태 '비상등'
④일그러진 사제관계, 잠들어 있는 대학원생 인권



올해 2월 발간된 보건대학원의 지역사회보건실습 보고서 중 「대학원생의 우울증 실태 및 관련 요인 조사」에 따르면 교내 대학원생 중 우울증 증상을 나타낸 비율은 19.4%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수치가 실태조사 전 예상했던 수치보다 2배가량 높은 결과라며 대학원생의 특수한 환경이나 요인이 우울증 발병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강에 위기의식 느껴

지난 학기 『대학신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대학원생들은 스스로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44.9%가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다고 느꼈으며 51.0%의 학생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 A씨는 “사회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불안하고 우울한 상태에 심리적 압박감도 심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권위적인 분위기도 악영향

대학원 내의 권위적이고 경쟁적인 분위기도 대학원생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의학계의 한 대학원생은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눈치를 봐야한다”며 “심리적으로 좀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학업과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 B씨도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며 “대학원에 진학한 후로 정신적으로 우울하다”고 말했다.

고충 있어도 말할 곳 없어

대학원생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대학원생을 위한 상담센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 C씨는 “대학원생을 전담하는 상담센터가 생겨 고민을 털어내고 싶다”며 “지금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생도 “교내에 있는 상담센터는 근무인력이 대학원생 등의 학내 구성원인 경우가 있어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기 쉽지 않다”며 “대학원생들의 정서적 지원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생활문화원의 경우 상담인력 39명 중 30명은 대학원생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으며 상담을 신청하는 대학원생 수도 학부생 수에 비해 1/3 수준이다.

휴식없는 생활

여러 대학원생들은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휴식 없이 생활해야 하는 환경을 지적했다. 자연과학계의 한 대학원생은 “낮 시간에는 반드시 실험실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파서 병원을 갈 때조차 눈치를 봐야한다”고 토로했다. 공학계의 한 대학원생도 “오직 연구만으로 주 50시간을 채우길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원생들은 출퇴근 시간 등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학계열 대학원생의 51.6%, 자연과학계열 대학원생의 48.6%가 연구실 출.퇴근이나 정해진 업무시간으로 시간 활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협동과정의 대학원생은 “토요일도 평일과 똑같이 출근할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주말에 나가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매일매일 출퇴근시간과 그날 한 일을 교수님께 메일로 보고하는 것도 자율성 침해”라고 비판했다. 공학계의 한 대학원생도 “충분한 여가시간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학교 측에서 이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주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 필요해

한편 대학원생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대학원생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연과학계 대학원생 D씨는 “대학원은 학업이란 이유로 노동 착취가 정당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 차원에서 대학원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 E씨도 “대학원생은 연구원 또는 연구조교 등과 달리 노동자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한편으로는 일방적인 교습 대상인 학부생과도 차이가 있다”며 “대학원생의 특성을 고려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그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