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관리본부가 밝힌 「2005년 대학원 신입생 전기모집 선발현황」에 따르면, 석사과정 51.2%, 박사과정의 28.9%가 다른 대학 학부출신 졸업생들이다. 단과대 대학원별로는 인문대 58.1%, 사회대 39.1%, 자연대 51.0%, 공대 53.7%의 석사과정 진학생이 다른 대학 졸업생들이다. 한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BK21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학부출신의 대학원 진학률 독식을 막기 위해 서울대 학부출신 비율을 줄이는 반면, 다른 대학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 타대 졸업생 비율 증가의 또 다른 이유
그러나 다른 대학 졸업생들의 진학률 수치가 높은 까닭에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진호섭씨(자연대 박사과정ㆍ물리학과)는 “교수임용 등 구직 시 해외대학, 특히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야 유리한 탓에 국내 대학원 진학보다 미국유학을 선호한다”며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한 후에도 포닥(post-doctor) 과정 만큼은 해외대학에서 받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근식 교수(사회학과)는 “그동안 해외대학 박사학위 소지자가 대부분 수도권 대학에 임용된 데 반해, 서울대 박사학위 소지자는 거의 지방대에 임용됐다”며 “이처럼 교수사회가 ‘이중시장’으로 형성되면서 국내대학은 학문을 재생산해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도 “오늘날까지도 해외대학 학위만을 우대하는 교수사회의 인식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교수 임용 과정에서 해외대학 출신을 우대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대학원 출신을 소외시켰다는 지적이다.


◆ 서울대 전임교원 미국박사 압도적
지난 1월 교무처가 밝힌 「전임교원 박사학위취득국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 전임교원 중 34.8%만이 국내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국ㆍ내?박사학위 동시 취득 시 국내에 포함) 단과대별로는 인문대 61.3%, 사회대 93.6%, 자연대 89.1%, 공대 86.3%, 농생대 86.1%에 해당하는 교수가 해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외박사 학위 교원 중 52.8%가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이며, 서울대는 지난 1월 미국을 제외한 해외대학 중 미국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꼽히기도 했다. 미 시카고대가 1999년부터 5년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출신 학교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는 1655명을 배출해 2175명을 배출한 버클리대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대학을 제외할 경우 전 세계 대학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정근식 교수는 “연고주의와 미국박사 중심주의가 팽배하면서 국내 대학원의 연구 및 교육과정이 부실해졌고, 이에 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반면 콜로라도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한 정연수씨(자연대 박사과정ㆍ전기공학?는 “미국대학은 이미 각 나라의 학문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점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 자생학문의 근간 확립해야
서울대생들이 해외대학 대학원으로 떠나는 것은 교육 및 연구환경 부실로 인해 자생학문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원생은 “서울대생들이 학부과정까지 잘 다니다가도 교수임용이나 연구환경의 측면을 바라보고 해외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버리니 국내 대학원은 점점 더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며 “자생학문의 토양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 및 연구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를 국내 대학원에서 만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호섭씨도 “대부분의 유학 1세대들은 자신들이 해외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국내로 돌아오면 훗날 후배들은 더이상 해외대학으로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꾸준히 지속돼 오늘날까지도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자생학문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정근식 교수는 “우선 미국의 박사학위를 받은 전임교원의 임용 비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국내대학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갑수 교수는 “자생학문이라는 하부구조의 바탕이 없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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